AI 시대에도 프로그래머는 사람과 컴퓨터를 잇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글쓴이: SpaceVision AI 총괄 개발 이사 박성철 PC 혁명 시대에 프로그래밍을 시작해서 40여년 동안 많은 혁신의 파도를 타고 지금까지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창업과 SK, 배민, 컬리 등의 대기업에서 리더와 조직장으로 일하다가 최근에는 작은 스타트업에서 AI 혁신과 함께 또 다른 큰 파도를 즐기고 있습니다.
대혼란의 시대입니다. AI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우리 업계는 늘 변하기에 개발자는 기술 변화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AI로 인한 변화는 다릅니다. 너무 빠른 변화에 정신이 없고 '이제는 개발자가 필요 없다'는 소리에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글 한가운데 조난한 막막한 상황이라도 나침반이 있어 방향만 알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경력이 30년이 넘었는데요, "프로그래머가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에 늘 “프로그래머는 사람과 컴퓨터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라고 답해왔습니다. 제겐 이게 나침반입니다. 프로그램이 실제 세상과 연결되어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되는 두 접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접점은 '사용자'입니다. 사용자 없는 프로그램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모든 프로그램은 반드시 쓰여야 합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쓰이게 만드는 건 쉽지 않습니다. 고객의 문제, 해결 방법 대게 불확실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쓰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탐색이 필요합니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평가하고, 다시 가설을 바꾸기를 반복하면서 답을 찾아야 비로소 ‘쓰임’이 생깁니다. 그리고 쓰이는 프로그램은 늘 변경됩니다. 이건 우리 업계가 초기에 발견한 사실인데요. 한번 만들어 놓고 계속 그대로 쓰이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변경은 필연적이고, 우리는 이것을 유지 보수라고 부릅니다. 이 탐색과 변경의 특성 때문에 ‘피드백’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핵심에 놓이게 되었어요. 개발자 테스트, 코드 리뷰, 리팩터링, 애자일, DevOps 같은 것이 모두 피드백과 관련된 주제입니다.
두 번째 접점은 '컴퓨터'입니다. 프로그램은 물리적 실체인 컴퓨터에서 실행되어야 합니다.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컴퓨터가 물리 기기라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삽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는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죠. 컴퓨터는 한계가 있습니다. 망가지기도 하죠. 환경은 난폭합니다. 요동치는 트래픽을 견디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답을 해야 하고, 데이터는 끝없이 늘어나며 늘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 서비스가 의존하는 타 서비스는 믿을 수 있나요? 빈번하게 발견되는 보안 취약점은 어쩌죠? 해커는요? 어떤 개발자들은 QA만 통과하면 자기 역할이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는 그 이후입니다. 현명한 개발자는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물리적인 컴퓨터로 구성된 인프라에서 삶을 살아내야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는 사실을 잘 이해합니다.
AI의 현란한 기술에 압도되어 중요한 이 두 사실을 우리가 놓치고 있지는 않나요? 도구는 바뀌어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습니다. 오히려 AI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게 도와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거예요. 많은 사람이 AI 코딩 도구로 자기에게 필요한 코드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할 것이고, 좋은 일입니다. 세상에는 더 많은 코드가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전문적인 소프트웨어의 영역은 여전히 남습니다. 오히려, AI 덕에 개발자는 더 전문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개발자는 쓸모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계속 쓸모 있게 만드는 전문가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이 세상과 만나는 두 접점을 이해하고 항상 이 사실에서 출발한다면 광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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