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uation-capAI 시대, 배움의 의미

AI의 발전으로 Learning by doing의 경험이 단축된다?

AI의 발전으로 개발자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개발의 진입장벽을 낮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AI를 활용하는 경험이 언제나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스트캠프는 그동안 자기주도적인 학습자가 동료와 협력하며 성장하는 환경을 설계해왔습니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 받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Learning by doing)을 겪는 것이 핵심이며, 이 과정에서 겪는 치열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동료와 나누며 개발자로서의 시야를 확장합니다.

문제는 AI의 발전으로 Learning by doing의 경험이 단축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학습자가 개념을 익히고, 수많은 삽질을 반복하며 코드를 짜고, 트러블 슈팅을 경험하며 수정을 반복해야만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른바 ‘AI 딸깍’ 한 번으로 그럴 듯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스트캠프는 AI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미션의 해석 여지를 높이고, 문제 정의와 추상화를 스스로 해야만 구현이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등 여러 장치를 마련했으나, AI에 의존하는 현상을 100% 방지할 수는 없었습니다.

학습자들 또한 스스로 고민하기 전에 AI의 답을 먼저 보거나 비판 없이 수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트러블 슈팅이 발생해 오히려 해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거나 본인에게 남는 지식과 경험이 없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한된 시간 내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AI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I 활용으로 인지적 부채(congitive debt)가 발생하는 현상은 MIT 연구팀의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연구에서는 LLM(ChatGPT)을 사용한 그룹, 검색 엔진을 사용한 그룹, 아무런 도구없이 스스로 학습한 그룹의 학습자가 에세이를 쓰는 동안 뇌파검사(EEG)로 뇌 활동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아무런 도구없이 스스로 학습한 그룹이 가장 강한 뇌 네트워크 활동을 보인 반면, LLM을 활용한 그룹은 가장 약한 뇌 활동을 보였습니다. 또한 LLM을 활용한 그룹은 자신이 작성한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글을 정확하게 인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링크arrow-up-right).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스스로의 성장에 대한 착각입니다. 학습자는 스스로 AI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학습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마스터(기술 교육 전문가)나 현업 개발자가 구현 결과물에 대해 기술적 근거를 물었을 때 답변이 막히거나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었습니다. 더이상 산출물이라는 결과만으로는 실제 학습자 내면에 배움과 성장이 일어났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Fernandes 등(2026)의 연구 역시 생성형 AI 활용이 사용자의 메타인지 왜곡을 가지고 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연구진은 참가자를 chatGPT 활용그룹과 미활용 그룹으로 나누고 로스쿨 입학시험(LSAT) 논리적 추론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ChatGPT 사용 그룹이 성적은 더 높았으나, 자신의 수행 결과를 과대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즉 실제 수행 결과와 학습자가 예측한 수행 결과 사이의 편차가 커진 것입니다(링크arrow-up-right). 메타인지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점검하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일련의 사고 과정입니다. 만약 AI 활용으로 인해 이 메타인지에 왜곡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정의해 온 ‘학습’의 의미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학습과 성장은 나 자신의 한계를 마주할 때 가능합니다. 안전 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 한계에 부딪히는 과정은 불편하고 고통스럽지만 이를 견뎌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범위가 확장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고통의 과정을 AI가 축소하거나 생략해 버린다면, AI 시대에 진정한 배움은 과연 가능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됩니다.

노트북 앞의 학습자가 'Comfort Zone'을 시작으로 'Fear Zone', 'Learning Zone'을 거쳐 최종적으로 'Growth Zone'으로 나아가는 단계별 성장 과정을 시각화한 일러스트입니다.

부스트캠프 역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AI를 활용하는 학습자를 관찰하며 학습자가 배움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학습 철학이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점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철학을 AI 시대에 맞게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인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마찰 설계하기

교육 코치인 Tyler Rablin은 ‘AI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AI는 단순히 문제를 드러낼 뿐이다'라고 이야기하며 학습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학습 과정에서 인지적 부하를 적절히 유도하는 '의도적 마찰'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링크arrow-up-right). 그가 제시한 네 가지 방법론에 맞춰 AI로 인한 Learning by doing의 왜곡과 단축을 방지하기 위해 부스트캠프가 시도하고 있는 의도적 마찰을 소개해봅니다. 부스트캠프에서 각 학습 활동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관찰되고 있는지는 Chapter1. 4. 평가, 측정을 너머 성장의 나침반으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습 메모 활용하기

AI는 결과물(Code)을 순식간에 만들어내지만, 그 결과물에 도달하기까지의 '사고 과정'은 생략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스트캠프는 학습자가 미션 수행 과정에서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달성했는지 기록하는 학습 메모 남기기를 의무화합니다. 특히 문제 해결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면 어떤 부분에 도움을 받았고, 어떤 프롬프트를 통해 결과를 얻었는지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GitHub에는 코드뿐만 아니라 ‘나만의 체크포인트’, ‘나만의 주간 계획서’를 통해 계획의 변경과 고민의 흔적을 남깁니다. 학습정리나 PR(Pull Request) 메시지에도 자신의 사고 과정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이처럼 과정을 기록하는 학습 메모는 AI로 인해 생략될 수 있는 사고의 과정을 생략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나아가 학습자가 AI의 제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는지, 아니면 스스로의 논리에 따라 소화했는지를 타인(동료, 마스터, 현업 개발자)이 관찰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해 수준을 점검하는 평가 설계하기

AI를 활용하면 당장의 미션은 해결할 수 있지만, 메타인지의 왜곡으로 본인이 어느 수준까지 이해했는지는 모호해지기 쉽습니다. 이에 부스트캠프는 학습자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체크포인트를 제공합니다. 특히 2025년부터는 단순히 코드의 동작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설계 시 필수 요소를 반영했는가?”, “학습한 개념을 자신의 언어로 체계화했는가?”와 같이 사고의 과정까지 확인하는 체크포인트로 강화했습니다. 점검 기준이 되는 체크포인트를 통해 학습자가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사고 과정을 다시 한번 검토하게 만듭니다.

또한, 학습자 1명이 본인을 포함하여 최소 4명 이상의 동료 결과물을 교차 평가함으로써 자신의 이해 수준을 점검하는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Tyler Rablin은 이러한 숙달도 점검의 평가 방식이 학습자의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다음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의식적 성찰(reflection)로 메타인지 자극하기

한 번의 학습으로 모든 것을 완벽히 습득하기란 불가능하며, 특히 AI를 활용할 경우 많은 사고 과정이 생략되기 쉽습니다. 부스트캠프는 이러한 공백을 학습자가 스스로 채울 수 있도록 '의식적 복기'의 과정을 설계합니다. 이때 복기란 자신이 수행한 일련의 과정을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되짚어보는 메타인지적 성찰(reflection)을 의미합니다.

학습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판단 근거를 되짚거나, 타인의 시선에서 결과물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복기를 실천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스스로 놓친 지점을 발견하는 경험은 학습 목표를 재확인하고, 자신의 인지 전략을 조절(Regulation)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부스트캠프에서 메타인지를 자극하는 대표적인 장치가 바로 주간 회고와 리팩토링입니다.

실제로 ‘한 주간의 목표 달성 여부를 되돌아보고 개선점을 찾는다’는 주간회고의 목적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수행하는 학습자의 경우, 입과 초기 역량이 다소 부족하더라도(하위 5% 수준) 수료시점에는 상위 50%까지 상승하는 유의미한 성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회고가 단순히 기록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학습자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입니다.

기술적 측면에서의 복기인 리팩토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완성된 코드를 다시 살펴보고 개선하는 경험은 학습자가 내린 기술적 의사결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누락된 개념이나 논리를 스스로 보완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AI가 생성했거나 과거 자신이 작성한 코드를 객관화하여 바라보며, 더 나은 구조와 품질을 추구하게 됩니다.

*리팩토링은 소프트웨어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구조를 개선하거나 가독성, 유지보수성, 확장성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프로젝트 개발 기간에는 많은 구현 내용과 빠듯한 시간 때문에 많은 것을 신경 쓰지 못하고 기능 구현에만 급급했었습니다. 이번 CS 리팩토링 기간에는 조금 여유를 가지고 프로젝트 전반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학습하고 적용해야 하는지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완성만이 전부가 아닌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기능 개발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코드와 동작을 만들려고 노력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팩토링을 경험한 학습자의 후기

학습에 관한 대화하기

AI와의 대화는 사용자의 질문 방향에 맞춰 답변이 편향되는 '확증 편향'의 한계가 있어, 학습자가 가진 논리적 오류를 오히려 강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사람과의 대화는 보다 개방적이며, 상호 간의 비판적 시각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이에 부스트캠프는 학습자가 미션 수행 전후로 동료, 마스터(기술 교육 전문가), 현업 개발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신의 생각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생각한 내용이 말로 언어화되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자신이 이해한 개념이나 지식의 모호한 지점을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동료와의 토론은 AI가 제안하지 못하는 다양한 관점과 변수를 경험하게 하고, 현업 개발자의 질문은 학습자가 놓친 기술적 근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동료, 현업 개발자와의 대화는 지식이나 기술에만 매몰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방법과 이 과정에서 깨달은 내용과 같이 학습과 성장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대화로 이어집니다. 이를 통해 ‘다음에 무엇을 시도해야 할지’를 정리하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같은 미션을 수행하며 서로의 접근 방식을 공유하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 해결 방법이나 설계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었고, 이를 제 방식에 응용해보며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 선택과 구현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 생각을 더 명확히 구조화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런 경험은 학습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향의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료와의 피어 세션에 대한 학습자의 후기

현업 개발자와의 피드백 시간은 단순히 기술적인 부분을 돌아보는 것뿐만이 아닌 부스트캠프 과정을 진행하면서 제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해 준 회고의 시간이었습니다. 개발자는 내가 선택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나만의 기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느꼈습니다. 덕분에 이제 앞으로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현업 개발자와의 피드백에 대한 학습자의 후기

AI 시대, 배움의 의미

위의 방법들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학습의 기본 원칙이지만 AI 시대에 이 원칙들은 훨씬 쉽게 왜곡되고 위협받고 있습니다.

"AI를 사용하지 말자"는 식의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AI를 파트너 삼아 과거보다 더 가치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AI를 좋은 파트너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AI에게 의존하지 않고 인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힘을 기르기 위해 학습의 과정에서는 어쩌면 의도적으로 AI를 배제하고, 때로는 AI로 인해 생략된 고통스러운 고민의 과정을 복원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AI 시대에 배운다는 것의 의미는 AI로 인해 생략된 경험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느리고 혼란스러울지라도 의도적인 마찰을 감내하며 자신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지평을 넓히는 일이 아닐까요?

노트북 앞에 앉아 펜을 든 학습자가 턱을 괴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며, 머릿속에서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연출을 통해 깊은 사고와 성찰 과정을 시각화한 일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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