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ate온라인 전환의 성공, 그리고 오프라인과의 융합

코로나 19, 부스트캠프의 온라인화

2019년, 부스트캠프는 자기주도적인 학습자가 동료와 상호 작용하며 개발자로 성장하는 교육모델을 실험했습니다. 초기 성과를 바탕으로 더 큰 규모의 인원을 대상으로 콘텐츠의 질을 고도화하려던 시점, 코로나 19라는 전 세계적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도시 전체가 셧다운되는 전례 없는 상황은 '오프라인 집합 교육'이라는 부스트캠프의 당연한 전제를 뿌리째 흔들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것을 넘어, 부스트캠프의 핵심 경험을 온라인 환경에서 어떻게 온전히 재현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우리가 정의한 부스트캠프의 핵심 경험은 세 가지였습니다.

  1. 자기주도성: 학습자 스스로 문제(미션) 해결에 필요한 지식을 탐색하고 습득하는 주체가 됩니다.

  2. 동료학습: 동료의 코드를 리뷰하고 토의하며, 자신이 아는 것을 동료와 나누며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3. 몰입의 환경: 코어 시간(10시-19시)동안 커뮤니티 안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하는 강도 높은 경험을 반복합니다.

기술적인 인프라는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개발자 교육이라는 특성상, 학습자의 미션 수행은 이미 온라인(GitHub)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었으며, 비동기적 소통(Slack) 역시 온라인으로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 인프라만으로 오프라인의 경험이 전이되지 않았습니다. “눈앞에 동료가 없어도 커뮤니티의 소속감을 유지할 수 있는가?", "물리적 연결 없이 각자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5개월간의 폭발적인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라는 의구심은 부스트캠프에게 여전히 남은 숙제였습니다.

“작년 방식으로 그대로 온라인화한다면, 형식적으로 규칙만 지키게 되지 않을까요? 오프라인 교육의 장점이 동료가 눈 앞에 있으니까 흐름을 타고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공기(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건데 온라인은 시각적 자극이 없다보니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2020년 부스트캠프 운영 준비 미팅 회의록

두 명의 캐릭터가 말풍선을 통해 '눈앞에 동료가 없어도 커뮤니티의 소속감을 유지할 수 있는지'와 '각자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폭발적인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질문하며 고민하는 일러스트입니다.

온라인에서 몰입하기 위한 시도와 깨달음

실시간성을 확보하여 학습의 리듬을 동기화한다.

학습자 개별의 문제 해결 속도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동일한 미션을 같은 호흡으로 해결하는 실시간성은 반드시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동일 시점에 유사한 고충을 겪는 학습자 간의 동질감을 형성하여, 언제든 문제 상황을 즉시 공유하고 토의할 수 있는 코호트 러닝(Cohort Learning)의 이점을 온라인에서 구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에, 슬랙(Slack)에서 비동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열어두되, 동료와 진행하는 피어세션*, 마스터의 피드백 세션**은 줌(zoom)에서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챌린지와 멤버십처럼 고난도 미션을 스스로 돌파해야 하는 환경에서, 동기화된 학습 리듬을 공유하는 동료, 조력자의 존재는 학습 동기를 유지하고 서로 간 상호 작용을 활성화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습니다.

*피어세션은 4~5명의 학습자가 만나 서로의 코드와 결과물을 살펴보고 상호 작용하는 시간입니다. **마스터의 피드백 세션은 미션에 대한 힌트나 학습자의 산출물에 대한 피드백을 기술 교육 전문가가 전달하는 시간입니다.

노트북 화면 속 4분할된 화상 채팅창에서 교육생들이 각자 필기를 하거나 엄지를 치켜세우며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의 일러스트입니다.

'적응'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옆 사람의 한숨, 모니터의 빈 화면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만으로도 서로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겪는 문제를 슬랙(Slack)에 텍스트로 박제하거나, 줌(zoom)이라는 가상 공간에 의도적으로 접속해 대화를 시도해야만 서로의 상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매번 '언어화'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과 상대의 상태를 가늠할 수 없어 생기는 주저함은 학습자 간 유대 형성을 방해하고, 부스트캠프의 문화에 녹아드는 데 병목 현상으로 작용했습니다.

한때 더욱 세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온보딩을 기획하여 적응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야생에서 스스로 부딪히며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부스트캠프의 철학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성급한 개입 대신, 온라인 환경에서는 적응에 더 많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학습자가 스스로 문화를 체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시도가 ‘피어 세션 최적화 실험' 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하루 단위로도 충분했던 스터디 그룹 교체 주기가 온라인에서는 관계의 단절을 불러온다는 점을 확인하고, 1주일에서 2주일까지 다양한 주기를 테스트했습니다. 실험 결과, 2주 주기는 스터디 그룹 내 유대감은 깊어지나 커뮤니티 전체로의 관계 확장이 저해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세션 인원을 4명에서 12명까지 다양하게 구성해본 결과, 제한된 2시간 내에 서로의 코드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기술적 대화을 나누기에는 '4~5명'이 가장 밀도 있는 규모임을 확인했습니다.

실제 영국의 증거기반 연구 재단(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 EEF)에 따르면, 동료 학습은 특히 3~5명의 소규모 그룹 구성일 때 모든 학습자가 소외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어 가장 성공적인 구성이라고 합니다(링크arrow-up-right). 또한 Saqr, Nouri, & Jormanainen(2019)에 따르면, 그룹의 규모가 클수록 개별 학습자의 성과가 저하되고, 사회적 상호 작용이 빈약하며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링크arrow-up-right).

부스트캠프 내부적인 실험을 통해 확립된 '1주일 주기, 4~5명 구성'의 피어 세션 모델은 학습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바탕으로 학습자 간 상호 작용을 활성화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는 코호트 러닝(Cohort Learning)을 넘어, 전체 수료생 생태계로 이어지는 커뮤니티 러닝(Community Learning)으로 이어졌습니다.

중심에 있는 인물인 나를 포함하여 여러 사용자가 선으로 연결되어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의 일러스트입니다.

이와 같은 실험을 거듭하며 부스트캠프는 온라인 환경에서도 학습 활동에서의 몰입과 학습자 간 상호 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전환 이후에도 학습자의 하루 평균 투입 시간은 10시간 이상으로 유지되었으며, 최종 수료율 95%를 상회하고, 학습자의 부스트캠프 교육에 대한 만족도 역시 4.7(5점 만점)이상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학습자의 규모를 최대 430명(챌린지 기준)까지 확대하고, 학습자 중 지방 거주자의 비율을 30%로 끌어올린 것이 매우 유의미한 변화였습니다. 오프라인 교육을 유지했다면 부스트캠프에 참여하기 어려웠을 학습자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도된 장치로 우연한 만남을 재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단순한 협력 학습(collaborative learning)을 넘어 커뮤니티 안에서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꿈꾸는 부스트캠프로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학습 영역 밖에서 발생하는 사람과 사람의 유기적인 연결이 온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리적 공간을 공유할 때 당연하게 누렸던 복도에서의 짧은 대화, 점심시간의 잡담, 혹은 동료의 책상 위 소품에서 시작되는 가벼운 대화 같은 '우연성'이 온라인에서는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교육생들이 계단식 공간과 테이블에 자유롭게 앉아 노트북을 사용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함께 학습하는 모습의 실습 사진입니다.
명찰을 목에 걸고 의자에 앉아 있는 교육생들이 옆 동료들과 대화하며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의 사진입니다.

“학습 활동만 잘 이루어지면 충분하지 않은가?”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유기적 연결은 학습자가 부스트캠프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무엇이든 질문하고, 시도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동료와 정서적 유대가 형성되어야 비로소 자신이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묻고, 틀린 코드로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진정한 상호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안전감은 나아가 학습을 지속하고 더 몰입하게 하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합니다. 부스트캠프처럼 강도가 높은 미션이 반복되는 과정에서는 누구나 슬럼프나 번아웃을 겪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이 시기를 극복하기보다는 ‘조용히 로그아웃(이탈)’하기 쉽습니다. 중도 하차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참여없이 현상 유지만 하면서 시간을 보는 것 역시 이탈의 일종이라고 봅니다. 끈끈한 동료애가 구축된 커뮤니티에서는 "누군가 나와 함께 달리고 있다"는 지지감이 슬럼프를 극복하고 더 가파른 성장을 그려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온라인에서도 유기적 연결이 가능하도록 돕기 위해 ‘우연한 만남'을 의도적으로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마스터와의 자유로운 티타임, 서로의 흥미나 관심사를 기반으로 소모임을 구성할 수 있는 부스트살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시적으로 소모임이나 자연스러운 대화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우연'과 ‘의도'라는 모순되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설계자가 마련한 장치 안에서는 참여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지속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는 온라인 교육 중간 4~6주간 정도 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상호 작용이 온라인에서의 더 깊은 유기적 연결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 실험이었으나 학습자 전원이 오프라인으로 참여할 수 없는 환경이었기에 일부 학습자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행하고, 커뮤니티 전체적으로는 온라인 협업 원칙을 유지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온라인에서의 학습경험과 오프라인에서의 우연한 만남의 교집합이 잘 활성화되지 않았으며, 기대했던 오프라인 특유의 '왁자지껄한 에너지' 역시 100%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공간의 공유를 넘어 온/오프라인 각각의 특성에 맞는 경험을 재설계하고 이 교집합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고려하는 고차원적인 설계가 필요함을 확인했습니다.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모델의 필요성

2020년 온라인 전환 이후 지난 5년 간의 성과는 부스트캠프의 학습 모델과 교육 철학이 온라인 환경에서도 충분히 작동함을 입증합니다. 그러나 부스트캠프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장소를 넘어, 평생 동료를 만나는 학습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 커뮤니티 안에서 학습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 영역 밖에서 발생하는 사람과 사람의 유기적인 연결이 필수적이나, 이러한 유기적 연결은 온라인만으로는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오프라인 특유의 연결성은 단순한 공간 공유를 넘어, 정교한 경험 설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이에 부스트캠프는 온라인을 통해 교육의 문턱을 낮추어 더 많은 지역의 인재를 수용하는 확장성은 유지하되, 정교하게 설계된 오프라인 경험을 융합하여 정서적 밀도를 높이는 시도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블렌디드 모델을 통해 더 다양한 학습자가 부스트캠프를 경험하고, 이 안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자로 성장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앞으로 부스트캠프에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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